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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철학2025-01-28

판단설계자: 갭을 줄이는 사람

나는 OR 전문가도, AI 엔지니어도 아니다. 나는 갭을 줄이는 판단설계자다.

판단설계자: 갭을 줄이는 사람

Mind the Gap Chronicles | PART 1: 갭의 발견 (5/12)


"그래서 뭐 하는 사람이에요?"

명함을 내밀 때마다 듣는 질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마케팅 컨설턴트"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AI 전문가"라고 한다. 정부과제 서류에는 "IT 서비스업"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사용하는 도구의 이름이지, 내가 하는 일의 이름이 아니다.

4편에 걸쳐 이야기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물류 현장에서 계획과 현실의 갭을 봤다. 마케팅 사업에서 의도와 결과의 갭을 겪었다. AI 프로젝트에서 기술적 성공과 사업적 실패 사이의 갭을 목격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갭을 줄이는 것이라는 걸.


판단설계자라는 이름

나는 판단설계자(Decision Architect)다.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판단이 어긋나는 갭을 제거한다.

이 이름을 붙이기까지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AI 컨설턴트"가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AI를 납품하는 것이 아니었다.

클라이언트가 "AI로 광고를 자동화하고 싶다"고 하면, 나는 먼저 이렇게 묻는다.

"그 광고의 의도가 뭡니까? 그 의도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기준으로 번역하셨습니까?"

대부분은 멈칫한다. "브랜드를 해치지 말면서 매출을 늘리고 싶다"는 의도는 있는데, 그걸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내가 일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갭을 줄이는 다섯 가지 일

판단설계자가 하는 일은 결국 Gap Map의 다섯 지점에서 갭이 벌어지지 않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G1: 의도를 번역한다

"잘 써줘"를 "이 톤으로, 이 독자를 위해, 이 목적으로"로 바꾼다. 의도를 측정 가능한 기준으로 만들지 않으면, AI는 엉뚱한 방향으로 최적화한다. 4편에서 본 패션 브랜드가 바로 그 사례다.

G2: 판단과 결정을 분리한다

데이터는 A를 가리키는데 B로 결정했다면, 그 이유를 기록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실패했을 때 "분석이 틀렸다"는 잘못된 교훈을 얻게 된다.

G3: 실행의 범위를 설계한다

AI에게 "경쟁사보다 5% 저렴하게"라고만 하면 안 된다. "최대 10%까지만", "마진율 20% 이하면 중단", "사람 승인 없이 재개 불가" 같은 범위와 중단 조건이 필요하다.

G4: 행동과 결과를 연결한다

클릭률이 올라가면 매출도 올라갈까? 블로그 순위가 1위면 문의가 늘까? 행동 지표와 결과 지표 사이에 진짜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인한다.

G5: 결과를 다음 판단에 반영한다

실패 보고서를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6개월 뒤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과거에 이런 실수가 있었다"고 자동으로 알려주는 구조를 만든다.


당신도 이미 판단을 설계하고 있다

판단설계자는 특별한 직업이 아니다. 누구나 매일 판단을 설계한다.

팀원에게 업무를 넘길 때 *"이거 잘 처리해줘"*라고 하면 G1 갭이 벌어진다. 대신 *"이 기준으로, 이 범위 안에서, 이 결과를 만들어줘"*라고 하면 갭이 줄어든다.

ChatGPT에게 블로그 글을 시킬 때 *"좋은 글 써줘"*라고 하면 G1 갭이다. *"30대 사업자가 읽을, 실패 사례 중심의, 2000자 이내 칼럼"*이라고 하면 갭이 줄어든다.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왜 망했지?"*라고 묻는 대신 *"G1부터 G5 중 어디서 갭이 벌어졌지?"*라고 묻는 순간, 당신도 판단을 설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판단설계자는 판단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판단이 잘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다.


OR이라는 언어

2편에서 이야기했듯, OR(운영연구)은 내가 갭을 보는 도구다.

  • 목적함수 — 갭의 비용을 측정한다
  • 제약조건 — 갭이 벌어지는 조건을 정의한다
  • 최적화 — 갭을 최소화한다
  • 휴리스틱 — 완벽하지 않아도 갭을 빠르게 줄인다

물류에서 배운 이 언어로 마케팅의 갭을 진단하고, AI 시스템의 갭을 설계한다. 도구는 바뀌어도 언어는 같다.


PART 1을 마치며

5편에 걸쳐 이야기한 것은 결국 하나다.

모든 문제는 갭에서 시작된다. 의도와 판단 사이, 판단과 결정 사이, 결정과 행동 사이, 행동과 결과 사이, 결과와 학습 사이.

그리고 나는 그 갭을 줄이는 사람이다.

나는 OR 전문가도, AI 엔지니어도, 마케터도 아니다. 나는 갭을 줄이는 판단설계자다.

PART 1은 철학이었다. PART 2에서는 실전을 보여드리겠다. 실제로 만든 시스템, 실제로 부딪힌 갭, 실제로 줄인 결과.


시리즈: Mind the Gap Chronicles | AI가 판단을 망치지 않게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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